[논평] 말 등록 의무화, 의미 있는 첫걸음 이제 시행령에서 ‘말의 죽음’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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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건제주 댓글 0건 조회 79회 작성일 26-09-02 13:13본문
[논평] 말 등록 의무화, 의미 있는 첫걸음
이제 시행령에서 ‘말의 죽음’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말 등록을 의무화하고 소유권·소재지·사망 등 주요 변동사항을 신고하도록 하는 「말산업 육성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문대림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선택에 맡겨졌던 말 등록을 의무화하고, 등록 이후 소유권과 소재지 변경, 분실과 발견, 수출과 사망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동안 말이 몇 마리인지, 누구의 소유인지, 어디에서 사육되고 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존 말 이력제의 구조적 한계였다.
한국마사회는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말을 ‘미상’으로 분류하고 이후에도 확인되지 않으면 ‘폐사’로 처리하는 이른바 ‘현행화’를 해왔다. 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역시 이미 2019년 「말 이력제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 임의규정만으로는 전체 말의 등록과 소유자·소재지 변경등록에 한계가 있다며 말 등록의 법적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자율신고와 사후 현행화에 의존했던 말 이력관리를 법적 의무와 책임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등록 자체가 아니라 기록과 실제 말의 삶이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제주 불법도축장에서 발견된 말들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1억 4,675만원의 상금을 벌었던 경주마 ‘천행챗’은 퇴역 후 기록상 ‘승용’으로 전환된 지 불과 2주 만에 불법도축장에서 발견됐다. 23살 한라마 ‘개랑’은 국가기관에서 오랫동안 승용마로 이용됐고 기록상 이미 ‘폐사’ 처리되어 있었지만, 수년 뒤 같은 불법도축장에서 살아 있는 채 발견됐다.
천행챗은 기록된 용도와 실제 삶이 달랐고, 개랑은 사망이라는 기록과 생존이라는 현실이 달랐다.
두 말이 모두 불법도축장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말의 출생과 소유자, 소재지를 등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 등록 의무화는 말의 존재를 등록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등록된 말이 관리체계 밖으로 사라져 불법적인 과정으로 죽임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말이 죽은 경우’의 신고의무다.
단순히 전산상 ‘생존’을 ‘폐사’로 변경하는 신고라면 과거의 ‘현행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시행령에서는 말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원인과 경위로 죽었는지, 자연사·질병·사고·안락사·도축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생을 마쳤는지, 사체는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신고내용과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안락사와 도축은 일반적인 폐사와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안락사는 사유와 절차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도축 역시 장소와 일시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야 한다.
한국마사회의 2019년 연구에서도 폐사단계에서 폐사사유와 도축·폐기물처리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다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망 신고는 말 이력의 마지막 행정절차가 아니라, 말이 합법적이고 확인 가능한 과정을 거쳐 생을 마쳤는지를 확인하는 마지막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이번 말 등록 의무화를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하며,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 「모든 말의 전 생애 이력제 도입 및 말 복지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등록 의무화가 단순한 개체등록에 머물지 않고 출생부터 죽음까지 이어지는 전 생애 이력관리체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중요하다.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말이 죽은 경우’의 신고를 형식적인 사망신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망 일시와 장소, 원인과 경위, 안락사·도축 여부와 사체 처리 등 말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을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승용’이라는 기록과 실제 말의 삶이 달라서는 안 된다.
‘사망’이라는 기록과 생존이라는 현실이 달라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등록된 말이 어느 순간 이력에서 사라져 불법도축장에서 발견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말 등록 의무화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이제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용된 말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까지 책임 있게 기록해야 한다.
2026년 9월 2일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