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과천경마장 이전에 앞서, 한국 경마의 적정 규모부터 검증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비건제주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6-10-29 05:57

본문

2f6faa67e372913e9cbff2fefef6f31c_1793220931_2633.png 

[성명] 과천경마장 이전에 앞서, 한국 경마의 적정 규모부터 검증하라

— 경마의 사회적 비용과 말의 희생을 평가하고, 단계적 축소와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 —

한국마사회 본사의 지방 이전과 정부 주택공급 정책에 따른 과천경마장 이전 논의가 맞물리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마사회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경마장을 어디에 건설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경마가 얼마나 필요한지, 지금의 운영 규모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부터 검토하는 일이다.

한국마사회 본사의 이전과 경마장 신축은 별개의 문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보가 새로운 경마장 건설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경마가 가져오는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도박의 사회적 비용과 말의 희생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과천경마장 대체시설의 규모와 건설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한국 경마산업 적정 규모 및 전환 방안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경마산업의 수익성을 높이거나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경마의 사회적 필요성을 검증하고 단계적 축소와 전환의 방향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여야 한다.

경마의 규모를 매출과 세수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경마산업의 매출과 세수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산업의 공공성이나 존속 필요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마권 발매액과 세금, 공익사업 기여액을 구분하고, 시설 건설과 유지 비용, 도박 피해의 예방·치유 비용, 말의 생산부터 퇴역 이후까지 발생하는 보호 비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마카오는 2024년 경마 운영을 종료했다. 미국에서도 알링턴파크, 골든게이트필즈, 프리홀드 경마장 등이 폐쇄됐다. 각 지역의 폐쇄 배경은 다르지만, 경마산업의 지속적인 유지와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선택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경마산업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경마의 사회적 필요성과 비용을 검증하고, 기존 시설의 활용과 기능 전환, 단계적 축소를 포함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온라인 경마 확대와 청소년 도박 위험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경마는 베팅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줄인다. 온라인 전용 목요 제주경마와 같은 운영 방식은 경마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도박을 일상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의 경마 참여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타인 명의 계정 등을 통한 불법 접근 가능성과 온라인 베팅 환경이 청소년의 도박 인식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연령 확인과 불법 접근 차단의 실효성, 일반 이용자의 베팅 빈도와 지출 변화 역시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도박 피해를 예방해야 할 국가가 충분한 사회적 검증 없이 베팅 기회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발매 확대와 경주 총량 증가도 구분해서 검토해야 한다. 기존 경주의 요일을 조정하는 것과 연간 경주 수를 늘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주 총량의 증가는 말의 출전 부담과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영천경마공원 운영에 따른 경주 배분과 기존 개최 지역의 세수 감소 우려 역시 지역 간 경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세수 확보를 위해 경주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경마의 운영 규모와 사회적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

지역경제와 고용 문제는 별도의 공정한 전환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역발전이 더 많은 베팅과 경주, 더 많은 말의 이용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말의 전 생애 보호를 넘어 이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

경주마의 고통은 퇴역 이후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생산과 선발, 훈련과 반복적인 출전 과정에서도 말은 신체적·정신적 부담과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퇴역경주마의 소재와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 생애 이력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부상마와 고령마, 재퇴역마까지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책임과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퇴역 이후의 보호가 강화된다고 해서 경마를 위한 말의 이용 자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주마의 생산과 도입, 경주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경마의 적정 규모를 검증한다는 것은 말의 희생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찾는 일이 아니라, 그 희생과 이용을 줄이는 방향을 찾는 일이어야 한다.

경마산업의 단계적 축소는 단순히 산업의 규모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도박 수익과 동물의 이용에 의존하는 구조를 줄이고, 종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한국마사회에 요구한다.

첫째, 경마장 신축 결정에 앞서 경마산업의 적정 규모와 단계적 축소·전환 방안을 독립적으로 연구하라.

경마의 경제적 기여와 사회적 비용, 말의 전 생애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기존 시설 활용과 기능 전환을 포함한 대안을 검토하라. 정부와 국회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둘째, 온라인 경마와 경주 총량의 추가 확대를 유보하고 도박의 사회적 영향을 검증하라.

청소년의 불법 접근 위험과 도박 피해, 일반 이용자의 베팅 빈도와 지출 변화 등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라. 지역 간 세수 경쟁을 이유로 경주 규모를 확대해서는 안 되며, 산업 전환에 따른 종사자의 고용과 지역경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말의 전 생애 보호 책임을 법제화하고 생산과 이용의 단계적 축소를 추진하라.

퇴역경주마의 실제 보호 실태를 조사하고, 전 생애 이력관리와 부상마·재퇴역마의 장기 보호를 위한 법적 책임과 재원을 마련하라. 이를 넘어 경주마의 생산과 도입, 경주 규모 자체를 줄이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우희종 한국마사회장은 말 복지와 생명 존중에 관한 공개적인 약속을 이행하라.

우희종 회장은 취임 이후 여러 언론 인터뷰와 공식 발언을 통해 말의 전 생애 보호와 경마산업의 변화를 강조해 왔다. 이제 그 약속을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으로 보여야 한다. 퇴역경주마의 보호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말의 생산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줄이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경마산업의 단계적 축소와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도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

한국마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산업의 규모가 아니라 말의 생명과 국민의 신뢰다.


정부와 마사회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새로운 경마장을 어디에 얼마나 크게 지을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경마가 얼마나 필요한지, 경마가 초래하는 사회적 피해와 말의 희생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

경마장 이전을 먼저 결정하고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매출과 경주 수를 확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경마산업의 사회적 비용과 말의 이용에 따른 고통을 검증하고, 단계적 축소와 전환을 위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말의 생애를 책임지는 것을 넘어, 말의 이용과 희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국 경마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2026년 10월 29일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