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주대 구조마 보호센터 간 경주마 ‘세광질주’

함께 태어난 형제 말들이 이미 도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보호가 필요했던 퇴역 경주마 ‘세광질주’가 제주대학교 구조마 보호센터에 입소하게 됐다.
제주 동물권 단체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에 따르면 2021년생 경주마 ‘세광질주’가 21일 제주대 구조마 보호센터에 입소했다.
시민사회와 대학, 공공 영역이 힘을 합쳐 퇴역 경주마를 구조·보호한 국내 최초의 공공 협력형 구조마 보호 체계가 가동된 것이다.
세광질주는 지난 2023년 10월 30일 도축 직전 구조돼 국내 경주마 복지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마이 일루시브 드림(My Elusive Dream)’의 자마다.
퇴역 경주마인 ‘마이 일루시브 드림’은 2018년 한국에 번식마로 도입돼 세 마리의 말을 낳았다. 이 가운데 ‘우르스칸’과 ‘고흥의 스타’는 도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남아있는 자마가 ‘세광질주’다. 제주비건은 퇴역 이후 안전한 보호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비건 김란영 대표는 한국 최대 규모 말 도축장 입구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트럭을 세우고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영양실조 상태의 암말 ‘마이 일루시브 드림’을 구조한 바 있다. 구조된 말은 보호를 거쳐 고향인 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이번 ‘세광질주’ 구조를 위해 제주비건은 국제 동물권 단체 페타(PETA)와 논의를 이어왔으며, 제주대와 협의를 거쳐 구조마 보호센터 입소를 추진하게 됐다.
관련해 제주비건은 향후 시민사회와 대학,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말복지 과제를 논의, 공공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주비건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마산업은 제주마를 포함해 해마다 약 1200~1300여 마리의 경주마가 퇴역한다. 그러나 퇴역 이후 삶을 책임지는 공공적 보호 체계는 사실상 없다. 대부분 별도 관리나 보호 없이 방치되거나 도축 위험에 노출된다.
경주마들은 어린 시절부터 고강도 훈련과 경주에 투입되지만, 퇴역 이후에는 삶을 이어갈 최소한의 공공적 돌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마산업의 윤리성과 책임성, 구조적 공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특히 제주도는 국내 최대 말 생산지이자 경주마 산업의 핵심 거점인데도 퇴역 경주마를 위한 제대로 된 공공 구조·보호 시스템이 없다. 일부 민간 위탁이나 승마 전환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생애 복지 보장 체계 역시 여전히 공백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김란영 대표는 “마이 일루시브 드림과 세광질주의 이야기는 국내 경주마 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산업적 이용을 위해 태어난 말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와 퇴역 이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애복지, 사회적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마 상금의 일정한 최소 비율(3%)을 말복지와 보호에 안정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세광질주 입소가 민간·학계·공공 협력 구조마 보호 체계 출발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시된 퇴역 경주마 보호 체계 마련과 연계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